난 충무로 근처에 있는 대학교를 다녔다.(95학번) 공강이나 갑작스런 휴강이 있는 날에는 거의 어김없이 주변 극장을 친구 하나를 꼬시거나 나 홀로 어슬렁거리며 근처 영화관에서 개봉 영화를 골라 보곤 했다. 요즘도 계속해서 간행되고 있는 씨네 21 영화 잡지를 빼놓지 않고 거의 3~4년 동안 사서 수집했던 적도 있다. (그런데 지금은 다 버렸다. 짐도 되고 갑자기 필요 없다는 생각이 들었던 듯 하다. 너무 즉흥적인가?) 그 잡지에 보면 뒤 부분에 빈간 채우기 단어 퍼즐이 있었는데 잡지를 2년 정도 보고 난 후에는 거의 다 풀게 되었을 정도였다. (그 때 그렇게 공부를 열심히 했더라면..ㅜㅜ)
이런 저런 이유보다도 영화를 즐겨 봤던 가장 큰 이유는 '대리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다소 내성적이고 말수도 적은 편이었던 나에게 큰 화면으로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몰입해서 경험할 수 있었던 기억은 아직도 마음 한 구석에 고스란히 남아 있을 정도이니까. (그리고 그 당시 이성과의 데이트에서 내가 제시할 수 있는 장소는 유일하게 영화관이었다. 왜냐? 내가 그나마 제일 잘 아니까. 결론적으로는? 잘 안됐다.)
그런데 이런 대리 경험을 요즘은 거의 드라마를 통해서 하고 있다. 일단 사귀는 사람이 없어 혼자 영화관 가기도 좀 그렇다. 예전에는 좋아하는 영화가 있으면 같이 볼 사람 없어도 혼자 가서 조조 할인 보기도 했다. 지금 생각하면 좀 아닌 듯싶은 행위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요즘은 도저히 그럴 용기도 나지 않고 그럴 이유도 느끼지 못하고 있다. 아~ 생각났다. 최근에 한번 혼자 보러 간 적이 있긴 있다. '어거스트 러쉬' 이었는데 콘서트 장에서 음악을 듣는 기분으로 상큼하게 영화를 보긴 했지만 끝나고 혼자 걸어 나오면서 커플들을 바라 볼 때의 그 씁쓸함은 별로 말로 표현하고 싶지 않다. 이 꼴 저 꼴 보기 싫으니 그냥 혼자서 아줌마 마냥 TV나 끼고 앉아 있는 게 아니냐고 반문이 들어 올 수도 있지만 천만에~. 노노노~ 그만한 이유가 있다.
첫째 드라마는 영화보다 길다. 영화가 아무리 길어야 3시간 정도인데 드라마 아무리 짧아도 10회 정도이고 한편에 약 50분 대략 한 시간이라고 하면 긴 영화 시간 정도는 그냥 너끈히 넘길 수 있을 정도이다.(일본 드라마의 경우에 해당되며 분기 별로 신작 드라마가 쏟아져 나오는데 보통 10회에서 11, 12회 정도로 마무리가 된다. 우리나라 드라마는 더 길고 미국 드라마는 훨씬 더 긴 게 보통이다.)
둘째 예전에는 '몇 십억 영화에 쏟아 부었습니다. 최신 CG가 적용되었습니다.'라는 광고 문구와 함께 TV드라마에서는 볼 수 없던 환상적인 영상을 영화에서만 볼 수 있었지만, 요즘은 비디오 방이나 DVD 방 정도는 가볍게 무시할 수 있는 대형 TV를 그래도 비교적 저렴하게(절대 싸다는 얘기가 아니다 10년 전만하더라도 40인치 이상 되는 큰 화면을 집에서 볼 수 있다고 생각이나 했는가?) 구입할 수 있고 화질도 관련 기술의 발전으로 HD급으로 볼 수 있으니 말이다. (이렇게 적으니 세상 참 좋아졌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난 늙은이? ㅜㅜ) 아 참, 가장 중요한 제작비나 관련 기술이 예전 영화나 요즘 영화 못지 않게 확보되어 제작이 되니 어찌 볼거리가 적다고 할 수 있겠는가.
셋째, 다양한 소재, 특히 기본 줄기가 튼튼한 히트 만화나 소설을 원작으로 제작이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볼만하다. 요약하면 예전 영화와 현격히 차별화 되던 부분이 현격히 줄어들고 어떤 점에서는 더 낳은 부분도 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생각)
마무리하기 전에 하나 더 추가. 신인으로 TV에서 인기를 얻어 영화 쪽으로 진출하고 영화에서 한번 빵 터트려 주고 엄청 오래 쉬는 배우들이 있는데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너무 쉬지 말고 좋은 드라마 있으면 출연했으면 한다. 영화 하다가 다시 드라마 한다고 격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고 좋은 영화 시나리오가 없으면 좋은 드라마 선택하면 되는 거 아닌 가 하는 생각을 한다. 솔직히 바램이다. 예쁘고 깜찍하고 섹시한 여배우들이여 오래 동안 볼 수 있게 드라마에 많이 나와 주세요. 플리즈...